모든 서비스의 시설 집중은 장애인 사회통합 저해
장애인생활시설(이하 시설) 정책에 대한 문제제기가 계속되고 있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시설의 구조 자체가 이용자 선택중심의 서비스 체계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는 지적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던 것이 사실이다. 시설 내 비리와 인권유린 사건이 밝혀지면서 시설에 대한 사회적 불신만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새로운 시설 정책의 수립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지난 18일 개최한 ‘2007 성공회대학 사회복지연구소 연구 성과 발표회’에서 소개된 ‘이용자 선택과 장애인거주서비스의 개편’이라는 성공회대 김용득(사회복지학) 교수의 발표문은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시설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하는지 김 교수의 발표를 중심으로 짚어본다.
▲“시설의 운영목적은 ‘거주’에 둬야”=김 교수는 먼저 시설 운영의 목적을 ‘생활’이 아닌 ‘거주’에 두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한 단기과제로 ‘장애인복지법상의 시설 개념에 대한 재정립’을 과제로 꼽았다.
김 교수는 “시설의 기능을 거주기능 이외에 사회재활, 직업훈련, 재활치료 등의 모든 서비스를 시설 내에서 제공토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회통합을 이룬다는 정부 방침과 배치된다. 따라서 시설을 기능을 축소하고 거주를 위한 공간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공동생활가정과 단기보호시설은 거주시설의 개념에 포함되는 시설임에도 법상으로 생활시설과 배타적으로 구분되는 지역사회재활시설로 분류돼 있다”면서 “장애인복지법상 시설의 개념을 ‘주거’에 맞추고, 그룹홈, 단기보호 등도 주거서비스 스펙트럼에 연결될 수 있도록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형시설 줄이고, 예산방식도 바꿔야”=김 교수는 두 번째로 ‘시설의 소규모화’를 거주서비스의 주요 쟁점으로 꼽았다. 거주서비스의 흐름을 집단으로 거주하는 대형시설에서 지역사회와의 소통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소규모시설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대규모 생활시설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소규모 거주시설로의 전환이 요구됨에도 여전히 대형생활시설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한 뒤 “대규모 시설을 점차적으로 줄이고, 신규시설의 규모제한을 통해 전체적인 시설의 규모를 대대적으로 소규모화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예산의 흐름도 소규모시설에 유리하게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현재는 시설의 거주자 수에 비례한 보조금 지원방식으로 소규모시설일수록 운영이 어렵다. 따라서 인원에 따라 동일하게 누적 합산되는 방식이 아니라 대형시설에는 단위비용보다 낮은 저율을 적용해 예산 산정기준이 대형시설에 유리하지 않은 방식으로 변경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시설종류 다양화하고 이용자 선택권 강화”=김 교수는 시설과 지역사회를 배타적 개념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근거로, 시설 거주인들의 지역사회가 참여가 가능하고 자기선택이 가능한 방향으로 시설 운영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는 지역사회에 남을 것이냐, 시설에 입소할 것이냐의 사이에서 경직된 선택을 강요당해왔다. 하지만 거주배치 서비스는 지역사회서비스의 연속선상에 위치시켜야 한다. 시설보호를 별도의 체계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서비스 체계와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생활인 스스로 거주시설의 유형을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시설의 종류를 유형별 크기별로 다양하게 설정해, 서비스 이용자들이 욕구에 맞는 주거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교수는 “현재는 수급권여부로 시설 입소를 제한함으로써, 그 밖의 거주시설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수급권여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보호욕구에 대한 사정에 근거해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