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급 시각장애인인 최유림씨(24)는 씩씩하고 당당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국내 첫 일반 영어교사에 최종 합격한 그는 “주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훌륭한 영어교사가 되겠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최씨는 지난 2002년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특수교육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에게 보탬이 될 수 있는 교사가 되겠다”는 어릴 적 꿈을 실현하고 싶었다.
졸업과 함께 특수학교 교사가 될 수도 있지만 그는 대학 입학후 욕심을 냈다. 특수교육은 기본으로 하고 이왕이면 학생들이 좀더 필요로 하는 과목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평소 좋아했던 영어과목을 복수로 전공하기로 했다.
공부를 하다보니 불편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책을 봐야 하는데 점자로 된 책이 그리 많지 않았다. 결국 부지런해질 수밖에 없었다. 전학기 수강신청때 강의 일람표가 나오면 수강과목을 결정하고 담당교수를 미리 찾아가 어떤 교재를 사용하는지 물어본 다음 서울지역 시각장애복지관에서 제공하는 점자출력 서비스를 이용해 전공도서를 준비했다.
“미리 신청을 해도 의뢰인이 많아 점자책을 제때 못받아 보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땐 수업내용을 녹음해 다시 시각장애인용 PDA인 ‘브레일노트(BrailleNote)’로 정리했죠. 강의를 반복학습하는 효과도 있었지만 남들보다 정리시간이 3~4배나 걸리는 불편은 감수할 수밖에 없었어요.”
졸업을 앞두고 그는 특수교육 자격증과 일반영어교사 2급정교사 자격증을 땄다. 하지만 그는 영어교사가 되기로 결심했다. 2005년 처음 영어교사 시험에 응시했으나 보기좋게 떨어졌다.
“시각장애인이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했어요. 재수를 하면서는 자료도 많이 확보했고, 새벽 5시부터 밤 2시까지 책과 씨름했지요. 하하.”
최씨는 “그동안 아낌없는 격려를 보내준 부모님과 강용구 교수님, 휴버트(Hubert) 교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앞으로 학생들에게 모범이 되는 좋은 선생님이 되겠습니다.”
〈정혁수기자 overall@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