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계 “독립적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절실”
장애를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했다며 학교측과 싸우던 한 호흡기장애인이 자신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장애인차별금지법제정추진연대(이하 장추련)와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하 한국장총)은 11일 오전 서울 남영동 소재 장추련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06년도 2학기 서강대 신학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입학전형에서 탈락한 후 학교측을 상대로 투쟁을 벌여온 김모(51·호흡기장애1급)씨가 7일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렸다.
애초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인의 미망인 신모씨가 참석해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투쟁 과정을 소개할 예정이었으나 김씨의 병세가 악화돼 기자회견을 앞둔 하루 전에 사망하는 바람에 참석하지 못했다. 고인은 지난 7월말께부터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아왔다.
기자회견 주최측은 “장애인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싸우다 돌아가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면서 “유가족들과 협의해 국제인권기구에 제소하는 등 향후 지속적인 투쟁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회견 자료에 따르면 고인은 생전 2006학년 2학기 서강대 신학대학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전형에 응시, 서류전형을 통과하고 지난 6월 3일 면접전형을 치렀으나 100점 만점 중 55점을 받아 탈락했다.
이 면접전형에는 총 6명이 응시했고, 고인을 비롯한 2명이 탈락하고 4명이 합격했다. 고인은 자신이 탈락한 것에 대해 “장애를 이유로 탈락시킨 것”이라며, 학교측에 민원도 제기하고 정문 앞에서 1인시위도 벌였다.
장애인 차별이라는 주장의 근거는 바로 약 5분간의 면접시간동안 2명의 면접관(해당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이 전형의 5가지 기준인 ‘지원동기’, ‘인격적 소양’, ‘종교적 소양’, ‘학문적 소양’, ‘기타’ 등이 아니라 장애에만 초점을 두고, 질문을 했다는 것.
기자회견 주최측은 “면접관들은 면접 당시 고인이 타고 있던 휠체어와 그곳에 부착돼 있던 호흡기 보조기구인 산소통에 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했고, 이에 대한 답변을 근거로 학업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적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학교측은 고인의 민원에 대한 답변서를 통해 “면접 문항에 대한 질의가 있었으며, 답변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을 내렸고, 민원인이 처음 면접장으로 들어설 때, 휠체어에 무슨 기구를 끌고 온 관계로 그러한 기구에 대해서 묻는 것은 당연했다”고 밝혔다.
서강대측에 장애인차별 시정건의서를 보낸 한국장총은 “호흡기장애인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보조기구에 대한 질문을 주로 하고, 면접전형과는 밀접한 관계가 되는 질문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이것은 사회복지학과 교수라면 당연히 보유해야할 장애분야의 전문성의 부족과 편견에 발생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고인은 국가인권위원회에도 진정을 제기했으나 생전까지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추련측은 현재 인권위가 이번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 국제인권기구에 제소하려고 계획하고 있다.
임종혁 장추련 상임공동집행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 차별을 해소해줄 수 없을 것이라는 우리의 판단이 옳았다”면서 “독립적인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드는 것이 더 이상의 장애인차별을 없애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소장섭 기자 (sojjang@ablenews.co.kr)